그날, 여름 비가 오던 오후의 이야기

장대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 차의 와이퍼가 앞유리를 탄력 있게 쓸어내릴 때마다 작은 어둠 하나가 도로 가장자리에서 떨고 있었습니다. 젖은 털로 몸을 말아 구겨진 종이처럼 웅크린 아이. 지나치려던 순간, 보조석에 앉은 아들은 말없이 창문을 내렸습니다. 바람과 빗소리 너머로 들린 아주 작은 신음. 우리는 차를 세우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때, 아이는 맑은 눈으로 우리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작은 생명은 차 바닥에 깔아둔 수건 위에서 얕은 잠에 들었습니다. 떨림이 가라앉자, 우리에게 기대어 더 깊이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누구도 소리 내 약속하지 않았지만 “이제 우리가 너의 세상이 되어줄게. 끝까지 함께하자.”라는 말이 집안 공기 속에 오래도록 선명하게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어느 집의 이야기에서는, 같은 장면이 다른 결말로 끝나곤 합니다. ‘이사’, ‘시간’, ‘여건’이라는 말들이 쌓여 결국 약속이 무너지는 순간, 그 아이는 이해하지 못한 채 낯선 거리 어딘가에 홀로 남겨집니다. 처음에는 산책이라고 믿다가, 어둠이 내리고 발소리가 끊기면 비로소 깨닫습니다. 세상의 전부였던 사람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호소의 복도는 수많은 기다림으로 하루가 지어집니다.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리고, 발소리 하나에도 문 쪽으로 달려갔다가 다시 돌아서야 하는 날들이 이어집니다. 그들이 지은 죄는 단 하나—우리를 있는 힘껏 사랑했다는 것뿐입니다.

유기동물 문제의 첫걸음은 거대한 제도보다 먼저, 나의 마음 한가운데 있는 그 약속을 끝까지 붙드는 일입니다. 약속을 붙드는 가장 힘 있는 방법은 다짐을 공식화하고, 흔들리는 순간을 대비해 준비로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평생서약, 사랑을 실천으로 바꾸는 공식화

KiPFRi 평생서약 캠페인 참여

평생서약은 사랑을 공식화하는 시민 캠페인입니다. 지금 서약서를 작성하고, 생활·건강·안전·기록 4대 체크리스트로 실천을 시작하세요.

특별서약의 진화 — (주)끝까지함께와의 MOU, 에버패스와 동행

KiPFRi는 ‘약속을 지키는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주)끝까지함께와 협력합니다. 초기의 특별서약이 반려동물 상조에서 출발했다면, 지금은 일상의 전 과정을 더 유연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라이프 전반의 멤버십인 에버패스로 발전했습니다.

입양 전, 스스로에게 묻는 다섯 가지

1. 오늘의 다짐을 내일도 유지할 일관성이 있는가?
2.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을 장치를 갖췄는가?
3. 매일 필요한 시간과 관심을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는가?
4. 주거·가족 변화에도 반려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가?
5. 의사결정을 차분하게 만들어 줄 체크리스트와 기록 습관이 있는가?